대부분 연극과 뮤지컬 공연이 쉬는 월요일, 잠잠할 것 같은 월요일의 대학로가 클래식 음악으로 채워지고 있다. 지난 4월부터 시작한 바리톤 정경의 ‘정신 나간 작곡가와 키스하다’가 매월 둘째·넷째 주 월요일 대학로 JTN아트홀에서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공연은 말 그대로 관객과 호흡하는 매력적인 클래식 토크 콘서트이다. 230석의 좌석을 벌써 몇 차례 매진시키는 것은 물론 마니아층 또한 형성해 가고 있다.
클래식 음악뿐만 아니라 순수예술이라는 기점을 두고 많은 변화를 일으켜왔던 모든 공연 분야는 요즘 역할 분담의 중요성과 다양함 사이의 확실한 경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다시 말하면 순수한 클래식 음악을 끊임없이 추구하며 그 수준을 지키려는 사람과, 대중성을 가미해 조금 더 쉽게 다가가기 위한 기획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순수 예술을 바탕으로 아주 다른 장르를 개척하는 사람들이 분명한 목적성을 가지고 명확하게 나뉜 세 가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도 저도 아닌 색깔을 낸다면, 그 어설픔은 관객들도 금방 알아차릴 것이다. 바리톤 정경과 그가 이끄는 오페라마가 보여주는 확실한 자세는 단연 눈에 띈다.
‘정신 나간 작곡가와 키스하다’는 4월부터 12월까지 세 개의 시즌으로 나뉘어 열린다. 7월부터는 모차르트 ‘돈 조반니’와 슈베르트 작품을 소재로 두 번째 시즌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8월 7일, 이번 시즌의 세 번째 무대를 찾았다. 조명이 꺼지고 무대 스크린에 영상이 흘러나오더니 이윽고 바리톤 정경이 오페라 ‘돈 조반니’ 중 아리아 ‘그대 창가로 나오라’를 부르며 등장했다. 라이브가 아닌 녹음된 반주에 마이크를 사용한 노래는 정통의 오페라 무대 분위기는 아니었으나, 그 공간에 걸맞은 연출이었다. 바리톤 정경이 오페라를 전하는 방식도 인상적이었다. 그는 큰 욕심을 부리지도, 무리하지도 않았다. 몇 개의 아리아와 함께 간결하고 유쾌하게 오페라의 내용을 소개했고, 이 스토리가 우리와 결코 멀리 떨어진 이야기가 아님을 강조했다. 시종일관 가벼운 이야기와 농담만 오갔다면 그저 그런, 여느 공연과 다를 바 없는 시간이 되었겠으나 정경은 이 공연의 목적성과 중요성을 명확하게 전달하며 중심을 잡았다. 이 공연의 또 다른 매력은 다양한 예술가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아름다운 예술가를 소개합니다’라는 코너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을 소개함은 물론, 마지막 무대에는 무용가 이은선과 함께 제주 해녀들에게 바치는 헌정 곡 ‘바다를 담은 소녀’를 선보이고 있다.
해설과 함께하는 음악회가 새로웠던 시기는 이미 지났다. 어정쩡하여 있으나 마나 한 설명,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며 ‘척’만 하는 해설이 있는 무대는 더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잡지 못한다. 다양한 시도라는 명분으로 무분별한 공연들이 쏟아지는 지금, 바리톤 정경의 이 공연이 분명한 콘셉트로 정확한 목표를 둔 공연의 좋은 예로 자리 잡기를 기대해본다.
이미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