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udio Jung > 언론보도 > [이데일리]뉴욕 카네기홀에 울려 퍼진 '해녀(海女)의 노래'

바리톤 정경, 카네기홀 공연서 해녀 헌정곡 '바다를 담은 소녀' 불러
"다음달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결정..뉴욕에 제주 해녀 알리고 싶었다"
"항일운동 이끈 해녀 강인함에 탄복..해녀 주제로 브로드웨이 공연 목표"

[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전 세계 음악가들에게 꿈의 무대인 뉴욕 카네기홀에 제주 해녀(海女)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카네기홀 와일 리사이틀홀 무대에 선 한국의 바리톤 정경(국민대 교수)은 제후 해녀에게 헌정하는 노래인 ‘바다를 담은 소녀’를 불렀다. 정 교수가 직접 가사를 썼다.  

묵직한 정 교수의 목소리에 무용가 이은선 경희대 객원교수의 춤이 더해졌다. 서정적이고 애잔한 분위기가 무대를 꽉 채웠다. 노래가 끝나자 카네기홀 300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정 교수는 자신의 생애 첫 카네기홀 공연을 제주 해녀를 알리는 데 집중했다. 그는 “성악가로서 카네기홀에 공연한다는 건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라면서 “세계 문화의 중심지인 뉴욕에서 공연할 수 있는 이번 기회에 제주 해녀를 꼭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제주 해녀는 살아 있는 문화유산이다. 기계적인 장비 없이 바닷속에서 숨을 참고 해산물을 채취하는 해녀는 그들만의 독특한 언어와 노래, 문화를 만들었다. 다음 달 제주 해녀의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 등재 여부가 결정된다.  

정 교수는 벌써 3년째 제주 해녀를 알리는 데 앞장 서 왔다. 클래식 음악과 제주 해녀, 어울리지 않는 만남은 우연히 시작됐다. 정 교수는 제주도 해녀박물관에 들렀다가 제주 해녀들의 집단적 항일 투쟁 사실을 알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해녀들의 항일운동은 여성들이 주도한 항일운동인 데다 그 규모도 1930년대 일제 강점기 때 가장 치열했다고 들었어요. 제주 해녀의 잡초 같은 강인함에 탄복했습니다.”

정 교수는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다. 공연 때마다 난민문제, 코피노, 위안부 문제 등 사회적인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했다.  

“고전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사회 문제에 관심이 없을 것 같다는 건 편견입니다.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도 신분제도를 정면으로 도전하는 내용을 담은 사회성이 짙은 작품이어서 초연 당시 상연이 금지되기도 했어요. 게다가 연구하는 교수이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이잖아요.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이 없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하죠.” 

정 교수의 뜻에 공감하는 사람도 조금씩 늘고 있다. 제주 해녀의 사진을 찍어왔던 수중사진가 와이진은 흔쾌히 자신이 찍은 해녀 사진을 정 교수의 ‘바다를 담은 소녀’ 앨범에 싣도록 내줬다.

제주 해녀를 알리겠다는 정 교수의 프로젝트는 카네기홀 공연으로 끝이 아니다. 17일 미국 텍사스 트레이드 어웨이홀에서도 같은 주제로 공연한다. 다음 달 서울 예술의전당 리사틀홀 공연도 예정돼 있다.  
정 교수는 “제주 해녀를 주제로 뮤지컬 형식으로 만든 오페라를 뉴욕 브로드웨이에 공연해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